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Jan 22, 2017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자기계발에 관한 많은 책들은 포기하지 말라고, 절망은 희망으로 가는 다리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때로 이런 말들이 공허하게 들린다. '끊임없이 긍정하라'는 말은 포기하고 있는 부정적인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명령'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932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빌 포터는 달랐다. 그는 태어날 때 뇌 손상을 입어 뇌성마비 장애인이 됐다. 태어날 당시 난산이었던 빌 포터는 의사들이 사용한 의료기구에 의해 뇌 손상을 입었다. 오른손을 못 쓰고, 등과 어깨가 굽었으며,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불편했다. '좌절할 조건'을 풍부하게 갖춘 인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빌의 끈기는 어머니로부터 배운 훌륭한 유산이었다.

빌 포터의 어머니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빌을 특수시설에 맡기지 않고 직접 키웠다. 장애를 갖고 있다 해서 특별하게 키우지 않고 정상적인 아이들과 똑같이 키웠다. 특수시설에 맡겨진 사람들이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신앙을 가진 빌의 어머니 아이린은 인생은 인내와 끈기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빌에게 심어주기 위해 종이에 ‘끈기’라는 단어를 써서 빌의 옷 주머니 속에 또는 도시락 속에 몰래 넣어 주었다.

감격 속에 링컨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며칠 뒤 빌의 아버지는 빌의 뇌리에 평생 새겨질 말을 내뱉었다. 그것은 ‘직업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빌의 아버지는 빌이 안주하기를 원치 않았다. 뇌성마비라는 심각한 장애가 있는 빌에게는 사각모에 졸업가운을 입고 졸업장을 받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일이지만 아버지는 빌이 진짜 세상에 뛰어들어 제몫을 다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를 원했다. 빌은 ‘직업을 구하라’는 아버지의 강력한 메시지가 그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바꿔놨다고 말한다. 너무 엄격하고 냉정한 것 같았지만 아이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길을 가야함을 아는 빌의 아버지는 마음이 아프지만 모진 결정을 해야만 했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빌에게 직업선택의 폭은 지극히 좁았다. 처음에는 이웃집 정원관리가 적합한 일자리 같았다. 차를 운전할 필요도 없었고 정원 가꾸기를 좋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웃집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여 몇 집의 정원을 관리하게 되었다. 빌이 일주일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4달러였다. 돈도 돈이지만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다섯 달간 구직센터 앞에서 긴 줄을 섰다.

네 곳에 취직됐지만 모두 1~2일을 못 버텼다. 병원에선 약병을 깨뜨렸고, 대형마트에선 계산기 숫자를 잘못 눌렀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끊임없이 취업을 시도했고, 마침내 기본급 없이 판매수당만 받는 외판원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가 처음 지원했던 회사는 빌이 샘플가방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다음에 찾아간 회사는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파는 왓킨스 프로덕츠였다.

빌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자신을 채용해 달라고 고집스럽게 요구했다. 회사는 마지못해 모두가 회피하는 지역을 할당했다. 몸이 불편한 빌은 담당 구역까지 가는 데만 3시간이 걸렸다. 부푼 기대를 안고 힘차게 첫걸음을 내디뎠으나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돌아다닐수록 그 감격은 절망으로 변해 갔다. 그가 맡은 지역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과연 이 동네에서 물건을 하나라도 팔 수 있을까할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었고 가는 집마다 퉁명스런 반응 일변도였다. 포터는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포터의 귀는 '노(No)'라는 고객의 말을 '더 유용한 상품을 보여주면 살 수도 있다'는 말로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포터의 뇌성마비가 하나님이 그에게 던진 최악의 '노'라고 해석했지만, 포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초인적인 정확성과 끈기는 그가 가진 최고의 힘이었다. 그는 학교를 다닐 때부터 새벽 4시 45분이면 일어났다. 스스로 옷을 갖춰 입고 집안을 정리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7시 20분에 포틀랜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근처 호텔 벨보이의 도움을 받아 커프스 단추를 채우고 구두끈과 넥타이를 맸다.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며, 자신의 부족함은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눈에 띌 뿐이라고 생각했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빌은 날마다 15킬로미터를 걸었다. 쓸 수 없는 오른손은 몸에 바싹 붙이고, 가방은 왼손으로 든 채 걸었다. 24년간 포터는 매일 하루 8시간 이상 미국 서북부 포틀랜드의 수백만 가구의 문을 두드렸다.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꾸준히 실적이 올라갔다. 드디어 미국 서부지역 최고의 판매왕 자리에 올랐고 그가 세운 기록은 40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고 있다, 미 전역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신문과 방송, 영화와 강연을 통해 2000만 명 이상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포터는 "인생에서 멈춤이란 없다. 앞으로든 뒤로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갖은 악조건을 딛고 승리한 빌의 이야기는 좌절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 일어나게 하는 희망과 용기와 능력이 되고 있다. 다른 사람보다 불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이 자기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