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불태우라

Nov 25, 2017

 

배를 불태우라

"배를 불태우라" 멕시코를 세운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의 유명한 말이다. 원래 멕시코는 아즈텍 왕국이었으나 1519년 코르테스가 이끄는 스페인의 정복군에 의해 패망하고 세워진 나라가 멕시코이다. 아즈텍 왕국은 단 600명의 코르테스(Hernando Cortes)의 군대에 의해 패망했다.아즈텍 인디언들에게는 없는 신무기(대포와 총)의 역할이 컸지만 배수진을 친 코르테스 군대의 결사적인 정신무장이 결정적이었다. 결사각오의 증거가 있다. 그들은 타고 온 배를 불살랐다. 코르테스는 부하들에게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는 결단을 보여주며 추호도 후퇴는 없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싸우다 죽든지 바다에 빠져 죽든지 다른 선택은 없었다. 어떤 분야에서 무엇을 하든지 승리는 아무나의 것이 아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간부회의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운명을 거십시오!" 적당히 도망갈 길을 확보한 사람은 영원히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 해병대는 부상당한 전우를 그냥 두고 후퇴하지 않는다는 전통이 있다. 회사가 망할 것 같으면 혼자만 살려고 도망치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이나, 동료들 뒤에서 짓밟고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하는 조직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손자병법에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나온다.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는 원수지간이다. 그런데 이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다 바람을 만나게 되면, 그들은 아무리 원수지만 서로를 위해 목숨을 다 바치는 그런 사람들이 될 것이다." 유명한 오월동주란 고사가 나오는 손자병법의 원문이다. 지금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만, 손자병법에서 이 말을 꺼낼 때는 강한 조직이 되는 방법으로, 오나라와 월나라가 같은 배를 타야 한다는 방법론으로 사용한 것이다. 
손자병법의 고민은 결국 어떻게 그 조직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고, 그 해답 중의 하나가 결국은 그 조직 구성원들 간의 일체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 일체감은 단순히 정신교육이나 형식적인 구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조직이 같은 배를 타고, 막다른 골목에서 더는 후퇴할 곳이 없을 때 그 무한한 조직의 일체감과 힘이 솟아 나온다고 본 것이다. 역사 속에서 유능한 사람들은 종종 고의로 조직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어 승리를 이루기도 한다. 초(楚)나라 항우(項羽)는 솥을 깨뜨리고 타고 온 배를 침몰시킨다는, 깨트릴 ’파破’자에 솥 ’부釜’자, ’파부破釜’ 그리고 침몰시킬 ’침沈’자에 배’주舟’자, ’침주沈舟)’, 즉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전술을 자주 사용하였다고 한다. 코르테스와 같은 방법이다. 
파부침주(破釜沈舟)는 타고 온 배를 일부러 침몰시키고, 밥해 먹을 솥을 일부러 깨트려서 이번 전쟁에서 지면 더는 물러날 곳도 없고 타고 갈 배도 없고, 밥해 먹을 솥도 없는 필사적인 정신무장을 위한 것이다. 위기감과 긴장감이 불어넣어 졌을 때 그 병사들과 조직원들은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다는 것이 파부침주의 철학이다. 위기에서의 절박함만이 조직 구성원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승리를 위해서 싸우게 하는 강한 동기가 된다. 대학교수 하던 사람이 이민 가면 접시를 닦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기는 것은 결국은 그 외에 다른 어떤 대안도 없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회사의 중역이 해고되어 시장에서 배추를 나를 수 있는 것도 더는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이다.
IMF 경제 위기 때 위기에서 탈출한 기업은 대부분 그 어려운 상황을 긴장감을 가지고 극복한 그런 기업들이었다. 불리한 상황을 그저 한탄만 하고 운명적으로 맞이한 소극적인 대응은 결국은 조직이든 개인을 망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조성하여 새로운 회생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것이 진정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위기관리 능력이다. 손자는 어떤 조직이 막다른 길에 선 위기감의 효과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직이 막다른 상황이 되면 병사들은 특별히 지시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먼저 조심할 것이며(不修而戒), 구하지 않아도 병사들의 마음을 얻게 되고(不求而得),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단결하고 서로 친할 것이며(不約而親), 특별히 호령하지 않아도 병사들에게 신뢰를 얻을 것이다(不令而信)."이것이 최상의 조직의 모습이다. 명령하거나 지시하거나 그리고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그들이 먼저 긴장하고, 복종하고, 단결하며, 서로 믿는 조직이 강한 조직이다. 이런 조직은 어떤 상황에서도 패배하지 않는 조직이 될 것이다.피할 길이 있는 사람과 피할 길이 없는 사람의 대결의 결과는 뻔하다. 피할 길이 없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피할 길이 있는 사람은 결코 목숨을 걸지 않는다. 생즉사, 사즉생이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예수님의 말씀인데 이순신 장군도 전투에 임할 때마다 외친 말이다.말뿐이 아니라 그는 실제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 언제나 마지막으로 알고 싸웠다. 어차피 패배하면 죽는다. 미리 목숨을 거는자가 이긴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만 필승의 삶을 살수 있다. 살기 위해, 이기기 위해 퇴로를 열어두면 안 된다. 배를 불살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