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처럼 보이는 함정

Oct 15, 2017

기회처럼 보이는 함정

직장인들 태반이 속으로는 회사를 옮기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 회사를 다닌다고 한다. 물론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영원한 직장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그러나 한 번 힘들게 몸담은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가는 모험을 하려면 정말 신중해야 한다. 현실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생각보다 몇 배로 더 냉혹하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브럭 존슨은 잘나가는 대기업의 CEO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에 글로벌기업 맥킨지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얼마나 자신감이 충만했던지, 2009년도에 포춘 500에 들어가는 대기업 전문경영인 자리를 호기 있게 그만뒀다.사소한 불만이 쌓인 결과였는데, 돌이켜보면 결정적 문제도 아닌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존슨은 별 생각 없이 그 자리를 걷어차고 나와 버렸다. 자기 정도의 경력이면 수많은 회사들이 달려와서 스카우트하리라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에게 손짓하는 곳이 없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키 190센티의 건장한 체구에 단정한 머리스타일, 단단한 외모의 그를 하버드 경영대학원 친구들은 "CEO 외모를 타고난 사람"이라고 농담까지 할 정도였다.항상 자신만만하게 성공가도를 달려온 그에게 실업자로 보낸 2년은 악몽이었다. 매일 40통이 넘는 이메일을 띄우며 구직을 시도하지만 아무 답도 없었다. 그의 가족은 언제 돈이 다 떨어져 지금 살고 있는 큰 집을 내주고 나가야 할지 불안해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가장이 이 불경기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는지 가족 모두 원망스런 표정들이다. 잘나갈 때는 주변의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인생의 패배자라고 여기며 은근히 무시했었는데, 자기가 그 입장에 처하고 보니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 "이제 저는 다시는 사람들을 함부로 무시하진 않을 겁니다."그는 이 말을 하며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울기 시작했다. 브럭 존슨의 스토리는 최근 뉴스위크지에 소개된 실화이다.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불경기로 인해 35세에서 64세 사이의 미국 대학 졸업자들 중에 실업자가 60만명에 가깝다고 한다. 모두 고학력 실업자들인 셈인데 이들 중에 상당수가 브럭 존슨처럼 쉽게 직장을 다시 구할 수 있을 줄 알고 잘 다니던 직장을 경솔하게 박차고 나온 사람들이라고 한다.안전한 비닐하우스 안에 있을 때는 자기가 아주 대단한 존재라고 착각하지만, 현실은 얼음처럼 냉정하다. 원하는 대학을 나오고, 원하는 여인과 결혼하고, 원하는 집과 차를 사며, 인생 내내 승승장구했던 엘리트일수록 브럭 존슨처럼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면 충격을 받아 어쩔 줄을 모른다.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기피증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어느 대형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던 유능한 젊은 목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담임목사보다 실력과 설교가 월등하다는 평판과 함께 만일 개척한다면 담임목사보다 훨씬 잘할거라는 칭찬이 그 목사에게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게 했다.

교인들이 찾아와 담임목사에 대한 불평을 하면서 만일 개척하시면 폭발적인 부흥을 이룰 것이라고, 새신자들이 구름떼같이 모여들고 이 교회 성도 반은 따라 갈거라고 몇몇 성도들이 부추겼다. 그는 앞뒤 가릴 것 없이 교회에 사표를던지고 나가서 과감히 교회를 개척했다. 곧 폭발적인 부흥이 올 것을 의심치 않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주사위를 던지고 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반은 커녕 서너가정밖에 오지 않았고 처음에 그를 부추겼던 사람조차도 힘든 개척교회에 오려 하지 않았다. 그 목사는 몇 년 동안 죽을 고생을 하다 그 지역을 떠나고 말았다. 자신이 실력이 있는데 시집살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가기만 하면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들의 말을 너무 순진하게 믿었다. 그 목사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약속을 하나님의 약속보다 더 믿었고, 사람들의 책임없이 하는 말과 실제 상황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나와 함께 해 줄 사람은 다르다. 나와 함께 한 잔 하면서 놀아줄 사람은 많아도 나와 함께 땀과 눈물을 흘리며 고생해줄 사람은 드물다. '네가 식당만 차리면 아는사람들을 구름떼처럼 몰고 가겠다'라는 말만 믿고 식당 차렸다가 망해버린 순진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세상에는 자기 말에 책임 안지는 비겁한 사람이 셀수 없이 많다. 불리한 입장이 되면 누구나 책임지지 않고 피하는 것이 본능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너무 모른다. 자리가 잡히고 안정이 되면 얼마 안되서 자기를 과대 평가하기 시작하고 현재 일이 시시하게 느껴지고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 잘되고 있는 현재 상황이 얼마나 특별한 상황인지 얼마나 기적적인 축복인지에 대하여 무감각해진다. 그리고 이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그리고 좀 더 신선한 다른 일이 없을까 두리번 거리며 한 눈 팔기 시작한다. 더 심각한 것은 사업이 이미 망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도 처음에는 감지덕지하지만 어느정도 노련해지고 자리잡힐만 하면 싫증이 나고 윗 사람 말이 아니꼽게 들리기 시작한다. 불평이 시작된다. 위기가 온 것이다.이것을 위기인줄 모르면 '여기 아니면 밥 못 먹고 살 줄 아냐?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고 사표 던지고 뛰쳐 나오게 된다.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 <사표>를 협박용이나 협상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다. 상대에 대한 위협이나 협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사표가 반려된다해도 보스는 '저 친구는 쉽게 떠날 사람이군'하며 그 직원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는다. 당장 지금은 여의치 않아서 사표가 반려된 것이지 결코 아까운 인재여서 붙잡은 건 아니다. 회사는 온갖 투정을 다 받아주는 친정 어머니가 아니다. 경솔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부정적인 사고를 똑똑한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기회는 내맘대로 만들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경거망동하면 기회를 잃는다.주어진 기회를 놓친 사람은 다음 기회가 없다. 마지막 기회로 알고 사력을 다하는 자만 내일이 있다.